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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주제인 블로그... 그냥 주제 없는 블로그입니다. 전공 분야나 예전 관심 분야 등등에 관한 글이 우선입니다만, 두어 문단을 넘길 만한 글이라면 대강 정리해 기록합니다. 학부생입니다. 트위터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aurynj.net/ 어­리


이상한 입체퍼즐

System Idle Talks/흔한 자산 목록 | 2013.07.20 13:59 | Posted by 어­리

요즘은 입체퍼즐이다 하먼 거의 루빅스 큐브와 그 변종의 동치 격으로 해석되는 것 같은데, 큐브는 사실 좀 나이가 있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퍼즐이다. 나는 아동용 완구가 막 한국에서 잘 팔리기 시작하던 시절을 타고나서 (그리고 부모님의 안목도...) 이런저런 옛날 장난감이 집에 꽤 남아 있다. 이를테면 한국에서 레고의 인기몰이도 시기적으로 궤를 같이 하는데, 그렇다고 1990년대에 지금처럼 동네마다 레고가 보급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당시에는 관세같은 문제도 있었고, 부모들이 너도나도 좋은 장난감을 사서 영재성을 발굴하던 시기와는 거리가 좀 있었기 때문이다. 좀 큰 도시에 가야 있는 완구 총판 격의 창고형 마트에서 요즘 대형 마트의 완구 코너에서 팔 만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요즘 그런 곳은 동네 문구 점과 함께 대형 마트에 밀려 사라졌다.

이 사진은 그로부터 3-4년이 지난 후의 이야기. IMF 위기를 지나며 부모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본격적으로 국내 문구, 완구 시장이 대중적으로 활성화되고 시장은 실험적 시도들로 가득했다. 루빅스 큐브가 히트를 친 것도 사실 이 때이다. 사진 속의 퍼즐은 구면에 배치된 6개의 원판을 돌려서 빈 칸과 숫자를 맞바꾸는 방식이다. 마주보는 면은 숫자 조각과 원판의 색 배치가 반대로 되어 있다. 사실 이 퍼즐 자체는 구조적으로 단순해서 그냥 숫자 조각 하나를 제 위치에 끼워 넣으면 별 사이드 이펙트 없이 끝나기 때문에 별로 재미가 없다. 그래서 난 저걸 반시계 방향에서 시계 방향으로 바꾼다거나, 양면을 맞바꾼다거나 하는 시도를 해 봤다. 전자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후자는 확실히 실패했다. 위상학적 문제였던 걸까...

이 퍼즐은 얼핏 보면 멀쩡하지만 저 디스크를 돌리고 숫자를 밀어내는 데 힘과 노하우가 상당히 필요하다. 당시 나온 중국제 퍼즐이 거의 다 이래서 맞추다 보면 손가락에 굳은살이 배고 손톱이 부러지는 건 일상이었다. 폐타이어로 만든 듯한 중국산 싸구려 루빅스 큐브가 아직도 학교 앞에서 활개를 치고 다니는 것도 이 시절 업계의 관행 때문이다. 소비자 고발 류의 프로그램에서 이 쪽을 다루는 것은 먼 훗날의 이야기. 의도치 않게 수학적 사고보다는 완력과 손재주가 (좀 다른, 기계적인 의미에서) 중요해져 버리는 것. 그렇다고 해서 기계적인 손재주가 있는 아이들이 저런 퍼즐을 즐거워한 건 아니다. 결국 이런 실험들은 사장되었고 오늘날 참신한 퍼즐 실험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아마 새로운 퍼즐이 잘 나오지 않는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요즘 퍼즐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흥망을 함께하기 때문에, 우선 새로운 아이디어는 커뮤니티에서 몇 번이고 검증될 기회이자 의무가 있다는 사실. 그리고 컴퓨터 게임에 밀려 이 시장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사실도 있다. 요즘은 완구의 많은 학습이나 양육 보완 기능을 컴퓨터 게임, 스마트폰 게임 으로 대체하려는 트렌드가 시장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용 게임의 카테고리가 있느냐는 쟁점은 제쳐두고라도, 나는 손으로 잡고 흔들 수 있는 정통 퍼즐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아마 이 점을 어필한다면 퍼즐도 과감하게 기부 기반 스타트업으로 출발해서 꽤 성공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사실 내가 게임을 만드는 일원의 입장이지만, 한때 교육용 게임을 만들려 시도해 본 안목으로는 (...) 게임같은 것으로 교육을 하는 건 상당히 한계가 클 것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시간이 지날 수록 그냥 교육용 소프트웨어와 게임이라는 흐릿한 두 범주 간에 교집합이 존재하는 것이려니 하고 생각을 미루게 된다. 그래서 역시 이 두 범주가 본연의 성질에 충실할 수록 서로로부터 멀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가 우려스럽다. 당장 주니어네이버같은 곳에 널린 유아용 플래시 게임을 보자면 아이들이 접근하기도 쉬우면서 말초적인 악영향을 받기도 쉽게 생긴 게 너무 많아 꺼려지니 말이다. 모든 게임이 심의받아아 할 의무는 없더라도 어떤 게임이 교육 목적으로 적합하다는 인증을 받을 수 있다면 모두에게 좋을텐데. 뭐 이런 얘기는 나중에 따로 하나의 글에 정리해 보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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