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stem Idle Talks/픽션

어느 스마트폰 제조사의 스마트한 회의

어­리 2011. 10. 13. 10:58
"오늘도 유저들 항의가 만만치 않아. 이미 나간 폰에 진저브레드인지 뭔지를 업그레이드해 달라는 모양이야."
홍보과장의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부장이 운을 떼었다. 누구 하나쯤 나서기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과장들은 다들 부장의 심기를 건드릴까 입을 다물고 있었다.
"게다가 신모델도 발적화 개적화 이런 소리가 돌고 있어. 기자들도 대놓고 그래. 자료 효과가 예전같지 않아. 기계를 샀으면 돌아가는 게 원래 그게 그거지 그 가격에 뭘 기대하는 거야? 내가 써 보면 우리 제품도 괜찮던데, 당신들도 안 그래? 문제가 뭐야?"
이쪽 과장은 거의 다 지겹도록 밤 새 가며 마감 맞추던 선후배 동기였다. 그 중에서도 제일 독한 사람들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부장은 아니었다. 부장급 이상 나이에서는 다 그런 식이었다.
"시간이 너무 모자랍니다."
"또 그 소리야?"
기획책임과장이 입을 열었다. 지난 과장이 책임과장이 되고 6주만에 나간 지 3주만이었다.
"시간뿐만이 아닙니다. 기계 돌리는 게 예전같지 않아요. 우선 스펙부터 임베디드 리눅스에 맞게 뽑아내야 빠릿빠릿하게 돌릴 수가 있는데 프로세스가 문제입니다. 이 건은 지난번에 보고서 올렸습니다."
"요즘 그런 소리 많이 듣네. 사실상 부 단위에서 부 신설하자는 소리를 내가 상부에 어떻게 하나. 그리고, 우리 여태 만들던 거 어디 갔어? 게다가 요즘 돈도 듬뿍 얹어 주잖아."
"돈으로 줄일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에요. 소스가 몇백만 줄입니다. 그 많던 우수인력들이 프로젝트 하나 끝나면 줄줄이 나가지 않습니까."
인사과장이었다. 요즘 신입 개발자들 수준이 점점 낮아진다고 불평을 입에 달고 다닌다.
"알았으니까 지난 봄에 넘어온 거 11월 중순까지 진저로 올려 놔. 시스템부에서 간섭 들어오면 자네들도 위험한 거 알지."
"30명만 늘려 주십시오."
"10명. 더는 못 해. 나도 많이 찔러 봤어. 대신 돈은 많이 끌어 올테니까 파트별로 재하청을 주든지 그건 알아서 해."
"...... 알겠습니다."

"고생이 많으세요."
"아냐. 그래도 부장이 사람이 괜찮으니까 말도 하고 사는 거지."
부장의 마지막 말은 모두의 머리 속에 맴돌았다.
"최고를 만들자는 게 아니야. 아이폰만큼만 뽑아 내 봐."

이 글은 근거 없는 픽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