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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구글이 잘나가나요

어­리 2013. 4. 7. 18:23

나는 구글과 다른 회사를 직장의 면모에서 비교하려는 게 아니다. 정확히 하자면, 우리나라 IT 기업 중 미국에서의 구글과 비슷한 입지의 기업들이 어떤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가 하는 얘기는 완전히 논외이다. 그것과는 별개로 사용자로서의 얘기를 할까 한다. 내가 한 달에 구글에 로그인하는 횟수를 따지면 네이버보다 훨씬 많다. 그 이유가 뭘까?

어떤 사람은 정치 문제를 꼽는다. 국내 회사들은 IT의 현재와 거리가 먼 국내법에 묶여 있고, 이런 면에서 사용자에 대한 배려, 사용자의 권리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사실 구글이라고 연방법으로부터 자유롭지도 않고 UN ITU의 간섭을 영영 받지 않을 것도 아니며 미국의 특수성 덕을 보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적어도 그들은 지금 제 발로 기어들어가고 있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의 IT 회사들은 그냥 국내에 영업 등록을 하지 말아야 할까? 회사가 정책에 맞서 싸워야 할까? 나는 잘 모르겠다. 우리나라가 정보 분야에서 충분히 선진화된 법제를 갖고 있지는 않더라도, 모든 회사가 냅스터일 필요는 없다. 게다가 구글이 전 세계에 손을 뻗고 있다는 점은 구글이 미국이나 유럽 등 타국의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충분히 멋지다(cool)는 것을 보여 준다. 우리는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미 있는 기업이든 벤처든 말이다.

내가 보기에 이런 복잡한 기준 없이 구글이 편한 이유는, 자꾸 사용자를 마케팅 전략으로 재단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구글에 주력 수익 모델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그 차이는 네이버나 네이트를 생각해 보면 명확해진다. 그들은 검색엔진이든 웹메일이든 자꾸 자기들의 정형화된 수익모델로 끌어들이려고 안간힘을 쓴다. 검색 결과에는 광고가 가득하고, 메일 보기에는 모든 다른 서비스로 넘어가는 버튼이 일정 공간을 차지한다. 네이버의 엔드라이브나 그림판, 사진 편집기, 동영상 편집기 등도 같은 맥락이다. 엔드라이브는 네이버 카페나 블로그에 글을 쓸 때 가장 편하다. 그림을 그리거나 동영상을 편집하는 기능도 커뮤니티에 묶여 있다(네이버의 경우 카페, 네이트의 경우 클럽). 물론 네이버라고 주요 사업부 간에 제대로 공유된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별도의 TF로 (XE와 무관하지 않지만) 탄생한 스마트에디터가 그 예이다. 하지만 네이트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이쪽 계열의 블로그, 클럽이 주력 모델이다. 모든 아이디어를 주력 모델의 가지치기로 여기기 시작하면 멋진 서비스가 나오기는 힘들다.

구글의 서비스들이 벤처 수준의 신선함을 유지하는 이유는 그들이 벤처가 그러하듯 새 서비스를 시작하고, 합치고, 버리는 것을 피하지 않기 때문이다. 구글 토크와 구글+의 행아웃이 통합되었다. 피카사는 사라지고 구글 문서 도구와 구글 드라이브가 훨씬 크게 자리잡았다. 구글 지구와 구글 지도는 하나가 되었다. 구글 놀과 i구글, 구글 앤서는 가차없이 사라졌다. 구글은 대개 이런 식이다. 문서 도구를 생각해 보자. 만약 문서 도구가 네이버나 네이트에서 먼저 만들어졌다면 (어려운 가정은 아니다) 구글과 비슷한 모양일까? 아마 아닐 것이다. 가상의 그것은 아마 블로그나 카페, 클럽과 결합되어 훌륭한 협업 도구로 포장되고, 오랫동안 자신들의 주력 서비스 사용자를 위한 협업 도구로만 남았을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자. 네이버의 일정 관리 도구나 지도, 설문조사 도구가 구글에 비해 질이 떨어지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만약 지금의 그림판이나 사진 편집기, 동영상 편집기가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나아가 메일에 결합된다면 어떨까? 글쎄, 이런 발상이 충분한 흥행 가능성이 있더라도, 누가 함부로..?

사실 무엇을 쓰든 익숙함의 문제이다. 익숙해지기만 하면 어떤 플랫폼에서든 충분한 효용을 얻을 수 있다... 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사내정치가 판을 치는 우리나라에서 수뇌부가 앞장서서 혁신을 추구해 봤자 악영향만 준다는 (설령 그 방향이 옳더라도)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법적으로 국내의 클라우드가 실명인증같은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고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모두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도 맞다. 이 밖에 수많은 절차적인 문제에 관해서는 내가 함부로 답을 내리기 어렵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구글이 세계 시장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