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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주제인 블로그... 그냥 주제 없는 블로그입니다. 전공 분야나 예전 관심 분야 등등에 관한 글이 우선입니다만, 두어 문단을 넘길 만한 글이라면 대강 정리해 기록합니다. 학부생입니다. 트위터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aurynj.net/ 어­리


 
 

글을 쓰다 보니 주제가 끊임없이 길고 무거워져서 원래 페이스북에 쓰던 글을 결국 본 블로그로 끌고 왔다.


동영상 강좌의 인기가 폭발하고 있지만 나는 아직 동영상 강좌가 책으로 쓰인 강좌에 비해 낫다는 생각이 안 든다. 동영상 강좌는 한 편에 하나의 주제만 담을수록 편하고, 허술한 동영상은 켜 두고 보기도 힘들다. 반면에 책은 꽤 방대한 내용을 만들어도 소화하는데 무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다소 허술한 글이라도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이 둘을 비교해 보자면 글은 순서를 무시하고 대강 읽을 수도 있고, 전산화된 문서는 검색으로 내용을 찾을 수도 있는 등 수많은 원인이 있다. 그래서 아직도 우리는 책을 사용하고, 글을 쓴다.

왜 동영상은 글처럼 대강 보거나 검색할 수 없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책은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텍스트는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언어적 정보의 매개체이다. 다시 말해, 어떤 정보가 텍스트로 작성되어 있다면 그 정보는 원시적 형태로 주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텍스트로 작성된 정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에 대한 연구는 컴퓨터의 발명 이전부터 있어 왔다. 지금 컴퓨터로 구현된 정보 처리 기술은 인류 역사와 문명의 산물인 것이다.

텍스트에 대해서 컴퓨터가 어느 수준으로 똑똑해졌는지를 알고 싶다면 구글을 보면 된다. 구글에 '사진술'을 검색하면 'photography'는 물론 '사진학', '사진학과' 등 수많은 유사한 의미의 검색 결과가 함께 나온다. 기계학습의 성과는 놀랍다. 단어들 간의 의미 분류를 찾는 것이 이 일의 핵심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정보 처리 기술은 한 언어로 쓰인 글을 다른 언어로 번역하고, 그것을 이용해 내용을 학습하며, 내용을 학습한 결과를 다시 언어 간 번역에 반영하는 데 이르른 것이다.

한편 축음술과 사진술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기술이며,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소리와 좋은 영상은 분명히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하물며 이들의 시공간적 특성을 결합시켜 만든 동영상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축음술과 사진술이 오래 되지 않은 기술이라는 것이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 만약 기록된 소리와 기록된 화면이 우연히 텍스트만큼이나 일찍 발명되었다면, 소리와 화면의 정보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진행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책을 읽듯 동영상도 편히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 앞에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지금처럼 수요에 맞추어 기술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소리와 화면을 나타내는 기술이 있기 때문에, 소리와 화면을 파동의 집합으로 분해하고, 소리에서 목소리와 악기 소리를 분리하고, 사진에서 얼굴을 찾는 기술이 발전해 왔다. 구글은 유튜브의 동영상들을 토대로 영상에서 물리적인 물체를 구별해 내는 학습 기술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런 기술은 기술을 위한 기술이다. 텍스트에 비유하자면 손으로 글씨를 쓰는 기술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손으로 쓴 텍스트로부터 문자를 추출하거나 필적을 감지하는 등의 기술이 여기에 해당한다. 문자열이나 필적은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의미있게 여기는 정보일 뿐, 그 자체가 텍스트의 본질인지는 불분명하다. 이런 접근은 사실 소리와 화면, 그리고 이들의 결합에 대한 본질적인 고찰과는 거리가 멀다.

한편 두 번째 방식은 소리와 화면에 어떤 정보가 담길 수 있는지에 관한 정성적인 연구이다. 이는 XHTML과 온톨로지 의미론과도 관련이 있다. 텍스트의 본질에 대해서는 유사 이래로 이런 연구가 지겹도록 오랫동안 행해져 왔다. 그리고 그 결실의 일부로 우리는 하이퍼텍스트 문서에 대해 XHTML로 정형화된 의미론을 정의할 수 있었다. 비록 XHTML은 발전하는 컴퓨터 기술을 따라가지 않고 꿋꿋이 실패한 모델이지만, XHTML만큼 완비된 온톨로지 모델은 없을 것이다.

XHTML은 우아하게 재구성할 수 있는 하이퍼텍스트의 정보 모델이다. 비록 모든 텍스트 기반 정보가 기존의 온톨로지 모델로 우아하게 재구성될 수는 없지만, 어떤 매체에 그런 프레임의 유무는 그 매체의 활용에 대한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직결된다. 지금은 아무도 소리에도, 화면에도 이와 같은 의미론을 제시한 바가 없다. XHTML2가 망하고 HTML5가 흥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HTML5를 나무랄 생각은 없다. 그것이 오늘날의 문서에 대한 합당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으로 얻을 수 있는 결론이 몇 가지 있다. RDF는 접근성을 높여 주는 데이터가 아니라 그저 메타데이터인 것과 마찬가지로, 동영상에 자막을 붙이는 것도 접근성을 높여 준다고 보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자막은 동영상 플레이어에서 영상과 병행 재생되는 텍스트 기반의 또 다른 미디어일 뿐이다. 텍스트를 무조건 앞에서 1000자 자른다고 1000자 요약이 되지 않듯, 소리도 고속 재생을 한다고 요약되는 것이 아니다.

미래의 동영상은 어떨까? 글쎄, 사실 이미지에 대해서는 위에서 말한 '요약'에 해당하는 심 카빙(seam carving)이라는 좋은 예가 있다. 오디오에 대해서도 같은 게 가능할까? 동영상을 색인해 두고 요약하거나 검색하는 것이 가능할까? 물론 이쯤 되면 동영상은 텍스트와 동등해진다. 나는 XHTML처럼 모든 동영상을 의미 기반으로 재구성하고, 눈과 귀에는 그로부터 생성된 정보가 제공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동영상이 텍스트만큼이나 의도된 정보라는 확신조차도 지금 내게는 없다. 아무렴 어떤가. 일단 적절한 과학이 있다면, 기술은 그것을 토대로 꽃을 피울 것이다. 하이퍼텍스트가 하이퍼텍스트 고유의 의미론을 만들었듯, 앞에서 말한 '기술을 위한 기술'도 끊임없이 과학을 발전시킬 것이다.

IT, 우리는 제대로 보고 있나

Views/Overview | 2013.11.11 17:19 | Posted by 어­리

서론

2년 반 넘도록 쓰고 또 써서 낳는 지긋지긋한 글이다.

처음에는 고작 한 달이나 잡고 쓰기 시작했는데, 막상 쓰기 시작하니 반 년을 넘기고 있었다. 그래서 그때는 짧은 시일 내에 마무리할 셈치고 이런 서론을 붙여 놓았다.

구상은 긴데 글이 끝나지 않아서 짧게 쓴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 글이 누구를 위해 쓰인 건지 나도 모르겠다. 아마 관련 계열의 사람이 읽기에는 따분한 글이고 이쪽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뭐가 뭔지 모를 글일지도 모른다. 그것을 고민하면서 2년이 넘도록 이 글을 묵혔다. 이러다 글을 아예 버리게 될 것 같아 대강 마무리를 해 본다.

IT 강국이라는 타이틀

지금의 우리나라가 제대로 된 IT(정보기술) 강국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많은 곳에서 지적되었다. 국가와 같은 시스템 단위에서 키우지는 못해도 자랄 환경이나 만들어지면 좋았으련만, 거품이 한 번 끼고 나니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은 바닥을 쳤다. 애초에 IT 산업은 기존 산업 체계마냥 공장으로 굴리기 힘들기 때문에, IT 자체에 투자해서는 큰 돈을 만지지 못했음은 물론, IT를 '키울' 방법이 딱히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이렇다 할 수익을 남겨 준 분야는 하드웨어였다. 기업도, 투자자도, 소비자도 모두 하드웨어에 열광했다.

그새 소프트웨어란 하드웨어를 돌리는 데 지나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국산 PC가 잘 설계되었냐면 그렇지 않다. 사실 시스템을 잘 설계한다는 말은 그 시스템을 돌리는 소프트웨어가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 성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인데, 그런 것보다는 당연히 외국 모델 베껴서라도 시장 선점하는 것이 중요했다. 어쨌든 스펙을 어떻게 짜든 잘 돌릴 수 있고 쓰기 만만한 건 MS 윈도우였다. 다들 윈도우를 썼고, 엔드유저를 위한 소프트웨어 정책도 윈도우 기준으로 세워졌다. 리눅스? 어디서 들어 보기는 했지만, 쓰려면 고생 좀 한다며. 그런 사람들은 알아서 잘 따라오겠지. 때가 되면 편승할 수 있을 거야. 일단은 일반인이 쓰는 OS와 업그레이드 위주로 가자고. 그렇게 한국형 스마트폰 옴니아가 나왔다.

옴니아2가 좋은이유!!삼성전자의 옴니아 2 발표 당시 프로모션. 한때 이 이미지는 한국인이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잘못된 기준들을 자조하는 데 쓰였다. 그러나 사실 요즘 안드로이드 폰도 이런 기준으로 경쟁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첫 아이폰 발표 당시 스티브 잡스는, 훗날 iOS로 알려진 자사의 아이폰 운영체제를 소개하면서 앨런 케이의 "People who are really serious about software should make their own hardware."라는 말을 인용한다. 우리나라는 그때에 비해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

그러나 IT의 커버리지가 공장에서 데스크, 모바일, 유비쿼터스, 스마트 식으로 넘어올수록 문제는 심각해졌다. 휴대폰의 성능 자체는 몇 년 전 PC 수준까지 상승했지만 여전히 '휴대폰'은 전화기였고, 연락처같은 부수기능은 필요한 만큼만 지원되었다. 물론 교과서스러운 꿈은 누구에게나 있었다. 이런 기기를 이용해 데스크탑의 연장선상에서 사람들과 더욱 복잡하게 통신하고 웹을 돌아다니는 한편, 플랫폼의 특성을 살려 인간 친화적인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아무도 IT의 본질에 대한 이와 상반되는 굳은 인식에 딴지를 걸지 않았다. 다들 하드웨어에 끼워맞춘 애플리케이션에는 그러려니 하고, 언젠가 하드웨어 기술이 발전할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근본적인 의식의 문제임을 알고 있었던 사람은 이쪽 엔지니어들뿐이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가능성은 폭발적으로 현실화되어 나오기 시작했다. 소위 IT 강국이던 우리나라의 일류 애국 IT 기업들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외국 기업에 줄줄이 썰려 나갔다. 과연 어떤 중요한 게 빠졌던 걸까? 아니, 애초에 우리나라에 빠진 게 있긴 했던 걸까? 혹시 다들 세계의 IT를 주도한 대한민국을 위시해 사기성이 짙은 유행을 들고 빠지는 건 아닌가? 이런 의구심마저 우리나라에 희망을 건 소비자들 자신에 의해 한 해가 지나기도 전에 무참히 반증되고 말았다. 기기 성능은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아이폰 흥행 이래로 지금은 누구든 하드웨어라 부를 만한 것이 소프트웨어를 충분히 백업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다. 옴니아가 좋았다고 말하실 분?

진심으로 반성할 때가 되었다

지금의 산업은 농경 사회를 뒤엎은 경험이 있다. 산업의 영웅들은 새로운 지식과 기법을 들고 나와 사회의 패러다임을 빠르게 바꾸었다. 인간 생활을 고도로 집약할 수 있게 된 이래 도시가 나타나고, 거의 모든 가치는 도시에서의 쓸모를 기준으로 재편되었다. 농업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마 그 시대의 영웅들이 정보화를 산업에서 응용 가능한 수단 중 하나로 보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파악하면 쉬울 것이다.

그러나 그게 쉬운 일인가? 이 이야기를 결론짓기 전에 소프트웨어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하자. 소프트웨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가 '프로그래밍'이다. '프로그래밍 패러다임'은, 우리가 사물을 관념화할 때 필요에 따라 본질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을 제공한다. 사람이 책을 읽는 과정을 프로그램으로 만든다고 생각하자. 이 과정은 간략히 경우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해될 수 있을 것이다.

  • 사람이 책을 점유한다. 사람은 읽을 위치를 정해 책을 펼치고, 책으로부터 글자를 읽으며 책장을 넘긴다.
  • 사람은 책을 읽을 수 있다. 사람이 책을 골라 읽을 때 책은 현재 책장에 맞는 내용을 사람에게 돌려 준다.
  • 사람은 어떤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다, 책은 내용을 내보낼 수 있다. 책읽기는 그 내용 전달의 과정이다.

거의 모든 프로그래밍이란 이 중 하나 또는 하나 이상인 식이다.[각주:1] 프로그래머는 이렇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것을 0과 1로부터 따라할 수 있는 관점에서 재구성한다. 그런 과정이 없다면 전기가 통해 봤자 열과 소음을 생산할 뿐인 전기제품이 갑자기 만능의 괴물로 변할 수가 없다. 하드웨어 계열에서 매일 붙들고 있는 논리구조라는 것도 이 수준으로 오면 내내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된다. 물론 모든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접근 방식도 조금 다르지만 말이다.

http://en.wikipedia.org/wiki/File:Linux_kernel_map.png요즘 스마트폰이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의 대결 구도인 것은 이제 상식이다. 그림은 무료 운영체제 소프트웨어, 안드로이드의 기초인 리눅스 커널의 구조를 나타내는 사진이다. 리눅스 커널의 소스 코드는 종이로 인쇄하면 50만 장에 달한다. 수백 권짜리 전집에서 내용 간의 관계를 이처럼 한 장의 그림에 담을 수 있겠는가? 잘 만들어진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이것이 항상 가능하다.
(그림 원본 링크. 라이선스: 영어 위키백과 사용자 Conan 제작, CC 저작자표시 3.0 Unported)

주제넘게 관념적이라 생각한다면, IT의 본산인 미국을 보자. 좋은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 사람들은[각주:2] 키보드를 두드리는 최전방 엔지니어이기도 하지만, 이런 관념을 연구해 온 사람들이다. 이를테면, 요즘 많이 언급되는 '좋은 UX'는 사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서 많이 강조되던 UI 디자인 원리, Use Case 일관성 등을 뭉뚱그려 이르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은 역사가 짧지만 단단한 입지를 가진 실용학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은 순수학문만큼이나 존중받지 못한다. 소프트웨어는 일단 단가로 후려치고 값싼 인력으로 빠르게 찍어 내서 20년 넘게 쓰는데, 누가 올바른 개념과 적합한 적용과 적절한 유지보수를 주장하겠는가. 이런 현실인데도 "컴퓨터공학의 한계"같은 글을 보고 있자면 솔직히 한심하다.[각주:3] 아직도 이공계 앞에서 겸손해지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오히려 이공계에 인문학이 필요하다며 설레발을 칠 뿐이다. 그 깨어 있는 학자님, 여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공석 안 찾고 뭐 하셨는지.

요컨대 농업의 모토가 자연과 시간과 노동, 산업의 모토가 경영과 자본이라면 정보화는 그것으로 이해되지 않는 제 3의 물결인 셈이다. 누군가 만약 산업의 눈으로 농경을 모두 보았다거나, 농경의 눈으로 산업을 보았다고 하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코웃음이 나올 뿐이다. 물론 정보화 사회의 우월함을 주장할 생각은 추호의 여지도 없다. 필자는 산업계가 제발 소프트웨어라는 단어, 컴퓨터 사이언스라는 영역 앞에서 자만심을 버리고 고유성을 인정해 주기만을 바라는 것이다. 이 주장이 일부 산업의 영웅들에게는 멀고도 아득한 이야기가 되리라는 것을 잘 안다. 만약 그렇다면 적어도 뒤쳐지고 싶지 않은 입장을 공유하고, 이 시장에서 정보 산업이 자력으로 돈을 벌 길을 틀어막지나 않으면 된다.

어떻게 뒤쳐져 왔는가

지금 하게 될 이야기가 평범한 한국인이 알고 있는 IT 이야기이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위의 비판 없이 앞으로 이어질 내용에 대해 무엇이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잘 쓸 수 없었다. 어느 정도 다들 아는 이야기로부터 글을 시작해야 읽는 맛이 나는 법인데, 재미 없는 구성이 되고 말았다.

역설적이게도 IT에 대한 몰이해를 주도한 것은 IT 부흥 당시 인문학자들이 아닌 공학자들이었다. IT의 본격적인 발전에 앞서 IT의 가능성에 대한 정성적인 연구와 예측이 있었기 때문에[각주:4] 인문학자들 사이에서는 정보화가 산업화와는 다른 축을 구성한다는 것이 거의 사실로 여겨졌다고 보아도 옳다. 그러나 공학자들이 IT를 보는 방식은 다소 달랐다. 그들은 각자 자신의 기술 분야 현장에서 IT가 어떻게 응용되는지를 직접 겪게 되었다. 일부는 몸소 컴퓨터를 자신의 분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경험에 비추어 이 기술 분야의 전망을 구체적으로 따지게 된다.

굳이 문제를 제기하자면, 소프트웨어의 본질은 당시의 컴퓨터 공학자들이 알던 것으로부터 그다지 변하지 않은 반면 소프트웨어 개발의 본질은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다수의 개발은 앞에서 말했듯이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계층에서의 설계로 시작된다.[각주:5] 좋은 개발 환경 덕분에 마우스 드래그 몇 번으로 산출물의 프로토타입이 나오고 심지어는 프로그램의 본체를 만들기도 한다.[각주:6] 원시 코드가 수백만 줄에 달하고 똑똑한 컴파일러 덕분에 1000종이 넘는 하드웨어를 소화하는 하나의 소프트웨어도 있으며,10년, 20년이 넘도록 하드웨어 성능이 수천 배 성장하는 동안 수천명이 유지보수하는 소프트웨어도 있다.[각주:7] 멀티미디어와 초고속 통신, 클라우드, 빅 데이터까지 소프트웨어의 규모를 기하급수적으로 뻥튀기하는 키워드는 차고 넘친다.

그리고 이 모든 분야가 컴퓨터 엔지니어, 컴퓨터 사이언티스트가 만들어 온 시대의 유산이자 미래의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컴퓨터를 공부해서 IT 강국을 만들고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특히 IT 버블이 붕괴한 여파가 가시지 않은 채 IMF 경제 위기가 왔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한때 대학 입시에서 상경계열과 의과 분야에 어깨를 나란히 하던 공학은 그렇게 추락해서 인문학보다도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사실 소위 '감성 팔이'와 '미래의 IT'에 대한 식견은 누구에게나 있었다. 바보같은 투자, 바보같은 연봉 책정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바보같은 중소기업이 없고 대기업만 있는 나라에서 피해를 본 건 인문학도 마찬가지였다.

요즘은 어떤가. 공학자들이 보는 소프트웨어는 더욱 바닥으로 떨어졌다. 컴퓨터의 접근성이 높아진 만큼 역설적으로 컴퓨터의 가능성은 오히려 낮게 평가된다. 다들 필요한 일에 잘 쓰기 때문이다. 웬만한 일은 비싼 데스크탑 시스템에서 매틀랩을 켜고 매뉴얼에 따라 코드 몇 줄을 입력하면 몇 시간 후에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자세한 이유는 궁금하지 않지만, 그들은 그렇게 배웠다. 그리고 그런 방식으로 자신들의 가치를 창출해 왔다. 산업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IT의 성과는 이전의 기술을 토대로 만들어진 부가가치일 뿐이다. 그것은 가산된 가치에 해당하는 만큼의 인적 자원으로부터 만들어지며, 그에 상응하는 대가 이하를 지불하는 것으로 거래가 성사된다. 비즈니스 모델은 변하지 않는다.

진정 어떻게 앞서나갈 것인가

요컨대 공학자가 보는 소프트웨어로부터 시작하자. 소프트웨어는 코드 조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자신의 분야에서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면 단순히 계산 결과를 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소프트웨어는 위의 '책을 읽는 과정'처럼 일목요연한 논리에 맞추어 섬세하게 모델화되고 나서야 비로소 그 연구자의 것이 된다. 그것은 이전처럼 단지 예정된 입력과 출력을 갖는 도구가 아니게 된다. 하나의 코드는 무엇보다도 명확한 언어로써, 논문의 일부가 되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며 다른 연구자의 구체적인 피드백에 대해 열려 있는 소통의 매개체가 된다. IT라는 분야는 한때 다른 분야의 교과서 끝자락에 '미래의 ~~기술'에 언급되는 것으로 충분했을지 모른다. 그 가능성은 거의 전부가 진작에 현실화되었다. IT에 대한 교과서, 컴퓨터 과학(전산학)에 대한 교과서를 읽을 때이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는 기본 소양이 되어야 한다. 굳이 지금의 중등교육 시스템에 프로그래밍 교육을 넣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모든 이가 소프트웨어라는 가능성과 창의성의 영역을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의 중등교육에 소프트웨어 교육을 넣는 것은 환영할 일이 아니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필자는 중학교 때 단순암기의 중압감을 버티지 못하고 국사를 거의 공부하지 않았다. 한편 한때 학생들에게 가능성과 창의성의 영역이었던 발명교육은 이제 완전히 외면받고 있다. 컴퓨터 분야가 이렇게 무너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 창의력은 환경의 문제이다. 초등학교 교육부터가 모든 학생들이 주류 교육학자들이 말하는 올바른 방식을 올바른 순서로 따르기를 강요하는데,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자신이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피력할 것인가? 필자는 학생들이 소프트웨어를 과목으로 기억하기 시작하고, 그래서 소프트웨어 관련 뉴스에서도 정답을 찾는 미래의 사회가 두렵다. 물론 소프트웨어 교육에서 부정적인 가능성만 제기하고 싶지는 않다. 긍정적인 가능성은 이미 많은 곳에서 지적되어 왔다.

어떻게든 우선 IT의 현재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눈을 뜨고 미래를 향해 직진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IT와 소프트웨어에 거품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머지않아 키보드와 마우스가 완전히 사라지고 영상인식, 음성인식이 그 자리를 대체할 거라는 공언을 본 적이 있다. 도대체 그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린다는 것인가?[각주:8] 인간 친화적인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질수록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노동의 절대량이 늘어난다. 소프트웨어가 노동으로 굴러가는 건 전혀 아니지만, 소프트웨어 노동은 바로 이 키보드와 마우스에 묶여 있다. 이른바 프로그래밍, 대놓고 말하자면 그 중에서도 코딩이다. 직접 IT를 공부하지는 않더라도, 그런 분들이 조언을 얻을 만한 이공계 쪽 전문가 한 분을 못 구하는 걸까? 하긴 컴퓨터만 붙잡고 있는 사람들이 글을 매일 수백 줄 고쳐 쓰고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만, 이런 차이로부터 제대로 된 연구냐 아니냐가 구분되는 것이다.

전자공학, 생명공학, 의공학, 사회학 등등의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컴퓨터 분야와의 융합 연구나, 사실상 컴퓨터 분야인 연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각주:9] 이것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지훈(hiconcep)은 2011년 한 특강에서 미래를 주도적으로 설계하기 위해서는 IT와 관련된 융합학적 시선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IT는 사회를 바꿀 힘을 갖고 있고, 사회를 둘러싼 우리의 세계는 이미 변했다는 정확한 논지였다. 그러나 그 분은 "막상 사회의 구조가 변해야 우리가 주도를 할 수 있는데 과연 누가 그 일을 맡아서 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그건 느리게나마 저절로 됩니다"라고 답변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감수하고 몸을 던져 사회를 바뀌기를 기다리라는 말과, 자신이 몸을 던질 미래를 위해 사회를 바꾸는 데에도 신경써야 한다는 말이 있다면, 필자라면 후자를 택했을 것이다. 이 글은 그래서 쓰였다.

  1. 글을 주의깊게 읽고 있는 프로그래머라면 대강 이 목록에서 어느 것이 어떤 패러다임에 대응하고 있는지 눈치챘을 것이다. 절차지향 명령형, 객체지향, 함수형의 순이다. [본문으로]
  2. 페이스북처럼 좋은 세일즈 포인트를 말하는 게 아니다. [본문으로]
  3. 그 글의 요지는 대강 이랬다. 컴퓨터공학은 (소프트웨어공학을 의미하는 것이었을 테다) 제품에 집중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인문학적 소양이 없으면 상품을 만들 수 없다는 것. 우리나라 IT 제품들이 세계 시장에서 부진했던 것도 이 탓이었다고 터무니없는 근거를 들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는 좀 오래된 글이다. [본문으로]
  4. 대표적인 것이 로봇이다. [본문으로]
  5. 비전공자를 위해 일러 두자면, 원래 프로그래밍이란 최초의 전자식 컴퓨터로 흔히 일컬어지는 에니악(ENIAC)에서도 행해지던 것이다. 에니악의 엔지니어는 계산이 하나 끝날 때마다 계산식을 바꾸기 위해 집채만한 진공관들의 배선을 손수 바꿔야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가 쓰는 프로그램 파일의 0과 1은 그때의 0과 1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 어찌 보면, 다만 그 0과 1을 한땀한땀 만들지 않게 된 것뿐이다. [본문으로]
  6. 이런 빠른 프로토타이핑, 빠른 개발이 좋은 문화인지는 논외로 하자. 관점에 따라 장단점이 있다고만 언급하고 넘어간다. [본문으로]
  7. 리눅스 커널. 정확한 수치는 찾아보면 나온다. [본문으로]
  8. 솔직히 미래학자에게 '그게 도대체 언제라는 말이오' 식의 응대는 정말 힘 빠지는 게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연구에 제대로 된 응대를 받으려면 우선 정성적인 절차를 거쳐야 할 것 아닌가. 당시 그 발언이 단지 일반인의 컴퓨터 사용에 대한 주장이었다 해도 터치스크린이나 동작인식이 없어서 틀렸다. 뇌파라고 했으면 모르겠다.. [본문으로]
  9. 당장 국비 과제가 분야를 넘나들지 못하는 건 우리나라의 많은 학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본문으로]

내 소스인 줄 알았네

Views/Underview | 2013.05.26 05:47 | Posted by 어­리

괜찮은 아이디어는 어딜 가든 통하더라. 내 머리가 잘 굴러간다고 자부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이 분야를 잘못 고른 건 아니구나 하고, 훗날의 자기 설득을 위해 잠이 안 오는 김에 정리.

1. 구글

구글에 대해서 작년과 올해에 하나씩 포스트를 두 번 했는데, 의도치 않게 각각 작년과 올해 구글 I/O에 대한 예언성 포스트가 되어 버렸다.

내년도 노려 봐야겠다는 생각. 농담 반 진담 반이다.

2. Notepad2

요즘은 관뒀지만 Notepad2 소스에 개인 패치를 적용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의 나였다면 github에 pull request를 넣었겠지만 당시의 나는 Git과 손도 못 잡아 본 꼬마였다.

그리고 문득 생각나서 발견.

내가 재작년에 소스코드를 잘 짠 건지 아닌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래도 메인트리랑 상당히 비슷해서 놀랐다. 뭐 어차피 이미 작성된 코드라... 오히려 다르게 보자면 많이 다른 코드다.

인간 클론에 관해 끄적임.

Views/Overview | 2013.04.11 18:02 | Posted by 어­리

오늘 법학 수업에서 인간 복제에 관한 찬반 토론이 있었다. 내가 프로그래밍만 하고 사는 공돌이 감성이 됐나, 세상을 객체지향으로 바라보게 됐나, 그냥 날씨가 추웠던 건가. 잘 모르겠다. 이전에는 인간 복제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었는데 오늘 수업에서는 딱히 금지할 이유가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너무 대충 적어서 이 글에는 딱히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나는 다들 복제 인간에 대한 도구적, 수단적 (이를테면 의료나 보험) 전제를 깔고 이야기하길래 약간 의아했다. 지적 장애인의 권리, 동물의 권리도 여러 관계 설정해서 다 보호해 주면서, 왜 클론은 함부로 다루지도 못할 만큼 숭고한 것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아니 애초에 왜 인간을 만들어 놓고 권리를 짓밟는 상황과 타협을 하려는지 모르겠다. 만약에 클론이 태어날 수 있다면 개개의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인정하면 큰 하자가 생기는 건가?

클론이 별개의 생명으로 완전히 존중받는다면 문제는 달라질 것 같다. 클론의 생명을 도구적으로 쓰면 안 된다고 딱 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차피 클로닝은 아이를 낳는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자신의 클론을 갖는 게 평생의 소원일 수도 있다. 물론 그 클론은 자신이 누군가의 클론으로 태어나기를 바라지 않았겠지만, 아기도 자기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나는 경우는 없다. 인공 자궁을 모두 국가에 등록하고, 만들어지는 클론을 죽이는 것은 낙태와 동급 이상으로 취급할 수 있다. 클론을 출생 등록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출생 등록보다 더 크게 처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난 내 클론이 생기는 게 싫고, 도구적으로든 아니든 세상이 클론으로 넘치는 것도 싫다. 만약 자기 클론이 생기는 게 싫다면, 만들지 않으면 된다. 아는 사람이 자신의 클론을 만들어 혐오감이 든다면, 다른 아는 사람과 도덕적 견해가 충돌할 때마냥 상종을 안 하면 된다. 애초에 클론을 도구적으로 쓰고 싶은 사람이 다수더라도 도구적으로 쓸 수 없게 한다면 누가 얼마나 클론을 만들까?

이런 가정이라면 법적으로 클로닝 자체를 정당화하지 않는 정당한 근거는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지금의 법과 관습이 초토화된다는 이유이다. 근데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클론을 도구적으로 쓸 가능성을 막는 게 정당할 것 같다고 생각할 뿐이다. 다른 하나는 클론이 인공적인 환경에서 잘못 태어날 확률이 크다는 것인데, 다자간의 양육권 분배가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결론은, 큰 문제 없이 어울려 살겠죠. 누가 자기 클론을 100명쯤 만들어서 법적으로 정당한 가정교육의 범위 내에서 군대를 만들어 버릴 가능성은 있겠지만.


여담. 인공 수정을 하면 일란성 쌍둥이가 생기기 쉽다는데, 만약 이걸 고의로 한다면, 사실상 복제 배아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막 태어난 태아를 복제하는 것과 복제 배아를 이식하는 것에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심각한 권리침해이고 어느 쪽이 더 부자연스러운 방식이지? 미성년이나 본인 의사 없는 성인이 복제되는 것은 금지해야 할텐데, 자식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자식이 이미 죽어 권리를 다한 부모나 다른 사자의 살아 있는 체세포를 복제하는 경우도 있을 거고..

구글이 WebRTC를 안드로이드용 크롬 안정 빌드로 가져왔다.


파폭도 베타에서랑 결제 모듈이라든가 바쁘던데... W8/WP8은 뒷전인가? 잘 모르겠다.

왜 구글이 잘나가나요

Views/Underview | 2013.04.07 18:23 | Posted by 어­리

나는 구글과 다른 회사를 직장의 면모에서 비교하려는 게 아니다. 정확히 하자면, 우리나라 IT 기업 중 미국에서의 구글과 비슷한 입지의 기업들이 어떤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가 하는 얘기는 완전히 논외이다. 그것과는 별개로 사용자로서의 얘기를 할까 한다. 내가 한 달에 구글에 로그인하는 횟수를 따지면 네이버보다 훨씬 많다. 그 이유가 뭘까?

어떤 사람은 정치 문제를 꼽는다. 국내 회사들은 IT의 현재와 거리가 먼 국내법에 묶여 있고, 이런 면에서 사용자에 대한 배려, 사용자의 권리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사실 구글이라고 연방법으로부터 자유롭지도 않고 UN ITU의 간섭을 영영 받지 않을 것도 아니며 미국의 특수성 덕을 보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적어도 그들은 지금 제 발로 기어들어가고 있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의 IT 회사들은 그냥 국내에 영업 등록을 하지 말아야 할까? 회사가 정책에 맞서 싸워야 할까? 나는 잘 모르겠다. 우리나라가 정보 분야에서 충분히 선진화된 법제를 갖고 있지는 않더라도, 모든 회사가 냅스터일 필요는 없다. 게다가 구글이 전 세계에 손을 뻗고 있다는 점은 구글이 미국이나 유럽 등 타국의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충분히 멋지다(cool)는 것을 보여 준다. 우리는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미 있는 기업이든 벤처든 말이다.

내가 보기에 이런 복잡한 기준 없이 구글이 편한 이유는, 자꾸 사용자를 마케팅 전략으로 재단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구글에 주력 수익 모델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그 차이는 네이버나 네이트를 생각해 보면 명확해진다. 그들은 검색엔진이든 웹메일이든 자꾸 자기들의 정형화된 수익모델로 끌어들이려고 안간힘을 쓴다. 검색 결과에는 광고가 가득하고, 메일 보기에는 모든 다른 서비스로 넘어가는 버튼이 일정 공간을 차지한다. 네이버의 엔드라이브나 그림판, 사진 편집기, 동영상 편집기 등도 같은 맥락이다. 엔드라이브는 네이버 카페나 블로그에 글을 쓸 때 가장 편하다. 그림을 그리거나 동영상을 편집하는 기능도 커뮤니티에 묶여 있다(네이버의 경우 카페, 네이트의 경우 클럽). 물론 네이버라고 주요 사업부 간에 제대로 공유된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별도의 TF로 (XE와 무관하지 않지만) 탄생한 스마트에디터가 그 예이다. 하지만 네이트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이쪽 계열의 블로그, 클럽이 주력 모델이다. 모든 아이디어를 주력 모델의 가지치기로 여기기 시작하면 멋진 서비스가 나오기는 힘들다.

구글의 서비스들이 벤처 수준의 신선함을 유지하는 이유는 그들이 벤처가 그러하듯 새 서비스를 시작하고, 합치고, 버리는 것을 피하지 않기 때문이다. 구글 토크와 구글+의 행아웃이 통합되었다. 피카사는 사라지고 구글 문서 도구와 구글 드라이브가 훨씬 크게 자리잡았다. 구글 지구와 구글 지도는 하나가 되었다. 구글 놀과 i구글, 구글 앤서는 가차없이 사라졌다. 구글은 대개 이런 식이다. 문서 도구를 생각해 보자. 만약 문서 도구가 네이버나 네이트에서 먼저 만들어졌다면 (어려운 가정은 아니다) 구글과 비슷한 모양일까? 아마 아닐 것이다. 가상의 그것은 아마 블로그나 카페, 클럽과 결합되어 훌륭한 협업 도구로 포장되고, 오랫동안 자신들의 주력 서비스 사용자를 위한 협업 도구로만 남았을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자. 네이버의 일정 관리 도구나 지도, 설문조사 도구가 구글에 비해 질이 떨어지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만약 지금의 그림판이나 사진 편집기, 동영상 편집기가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나아가 메일에 결합된다면 어떨까? 글쎄, 이런 발상이 충분한 흥행 가능성이 있더라도, 누가 함부로..?

사실 무엇을 쓰든 익숙함의 문제이다. 익숙해지기만 하면 어떤 플랫폼에서든 충분한 효용을 얻을 수 있다... 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사내정치가 판을 치는 우리나라에서 수뇌부가 앞장서서 혁신을 추구해 봤자 악영향만 준다는 (설령 그 방향이 옳더라도)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법적으로 국내의 클라우드가 실명인증같은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고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모두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도 맞다. 이 밖에 수많은 절차적인 문제에 관해서는 내가 함부로 답을 내리기 어렵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구글이 세계 시장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안드로이드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는 이전 버전들과 상당히 많이 달라졌다. 안드로이드 팀은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많은 극적 변화를 채택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솔직히 내게 진저브레드까지의 안드로이드는 그다지 쓰고 싶은 스마트폰 OS가 아니었다. 그러나 허니컴은 그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세련되게 다시 디자인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고,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는 이들을 멋지게 통합해 발전시켰다.


많은 변화는 앞으로도 안드로이드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갈 것이고, 구글의 에너지는 점점 안드로이드를 중심으로 집중될 것이다. 이 글에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토대로 내가 생각하는 젤리빈 이후 안드로이드의 모습을, 안드로이드가 기대되는 이유들을 간단히 적는다.


메모리 관리 모델의 안정화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의 어플리케이션 생명 주기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점은 안드로이드 구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들어 봤을 것이다. 이전과 달리, 이제 안드로이드는 앱의 활동과 생사를 확실히 통제한다. 이는 한때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에서 몇몇 앱이 스레드 문제로 멎는 현상을 초래했지만, 이런 문제는 사라지고 있다. 안드로이드는, 이제 메모리에 상주시킬 데이터와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에서는 아직 이 모델이 불안정하고 필요 없는 데이터도 메모리에 적지 않지만, 이 문제는 머지않아 해결될 것이다. 나는 이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폰 OS는 그 자체로 스마트해질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구글 글래스


이미 구글 글래스는 안드로이드와 엄청난 시너지를 낼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글래스는 구글 플러스 플랫폼와 강력하게 결합해 안드로이드 기기의 구글 의존성을 훨씬 쓸모있게 만들 뿐더러, 오늘날의 안드로이드 기기를 갈아치우는 패러다임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글래스의 기본 조작 매체는 손이겠지만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음성인식이 될 수도 있고 모션이 될 수도 있고 가까운 미래에는 생각 자체가 될 수도 있다. 글래스가 안드로이드의 조작 매체가 되는 것도 가능하다. 아마 구글에서 글래스를 평범한 모습으로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음성인식 어시스턴트


음성인식 어시스턴트는 젤리빈의 중요한 특징으로 예정되어 있다. 잘 정의된 음성인식은 접근성에 매우 중요하하며, 이는 젤리빈의 접근성 향상 문제와도 직결된다. 음성인식으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더 큰 열린 가능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도 사실 애플이 아니라 구글이다. 코드네임 마젤은 애플의 시리에 비해 특히 다국어 처리에 상당한 이점을 보일 것이다. 구글이 음소 처리와 의미 처리에 대한 메타 언어 플랫폼을 정의하기만 하면, 그 오픈 소스를 가져다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언어에 대한 음성인식 어시스턴트를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디바이스 벤더들과 애프터마켓 펌웨어 팀들이 경쟁적으로 이 작업에 착수할 것이다. 구글에서 이 창의력 발산을 어떻게 통합 관리할지도 흥미로운 일이다.


많은 디바이스 진출


위의 메모리 관리 모델 문제와 글래스에 더불어, 안드로이드는 이제 많은 기기로 나갈 준비가 거의 되었다. 우선 x86 문제이다. 인텔 x86에 안드로이드를 얹는 건 전혀 문제가 안 되지만, 태블릿이나 랩탑은 안드로이드를 스마트 디바이스 OS로 돌리기에 적절한 기기가 아니었다. 그러나 일전에 x86 NDK가 준비되고, 이제 메모리 모델도 개선되었으며, 태블릿과 폰을 통합하는 UI가 만들어졌다. 달빅 머신이 하드웨어를 낭비하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자바의 예처럼 달빅 코드를 직접 돌리는 프로세서가 만들어질지 누가 아는가? 또한, 구글 TV는 흑역사가 되었지만, 기기 간의 상호작용은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에서 획기적으로 개선되었고, 이것을 미디어의 종류에 따라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는 구글이 가장 잘 알고 있는 문제이다. 구글은 지금의 안드로이드가 데이터를 다루는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드를 집에서 운용하고,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데 안드로이드 앱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다. 아마 안드로이드를 직접 돌리거나 안드로이드와 호환성을 갖는 머신이 물리적으로 근처에 있는 다른 안드로이드 디바이스와 빠르게 상호작용하지 않을까.


보다 풍성한 그래픽과 일관성 있는 유저 인터페이스


어플리케이션 간에 유저 인터페이스가 전혀 일관적이지 않다는 것은 유저 측면에서 안드로이드의 가장 시급한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하나는 디자인 가이드라인이 전혀 없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사실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들 만큼 안드로이드의 그래픽 밑바탕이 그다지 탄탄하지 않다는 점이다.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는 레이아웃과 뷰를 강제로 구조조정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스타일은 앞으로 안드로이드 어플리케이션을 어떻게 디자인 해야 일관성을 해치지 않으며 사용하기 쉽고 예쁘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결정적 힌트를 제공한다. 이제 젤리빈 이후의 안드로이드는 지금처럼 OpenGL ES를 화면 관리에 보조적으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어플리케이션이 멋진 화면 전환과 컬러풀한 테마를 사용하고 실감나는 게임을 구현할 수 있도록 OpenGL ES와 관련된 자원을 빠르게 제공할 것이다.

WWDC 2012 메모

Views/Review | 2012.06.12 05:19 | Posted by 어­리

요지는 셋.

  • MacBook Air & MacBook Pro (2012)
  • OS X Mountain Lion
  • iOS 6.0

애플의 발표 주기에 맞게, iPhone 5는 없었다. 여기에 영 적지 못한 내용도 있다.


1. 이번 맥북은 아이비브릿지 i5/i7 기반으로, 3.2GHz까지(정확한 의미에서 과연?) boost가 되며 팬을 둘 달고 나옴. 램은 메인보드 실장형. 애플답지 않게 USB 3.0 포트 직접 지원. SSD는 512GB까지 확장. 웹캠 720p. 프로는 nVidia GeForce GT 650m; ODD와 RJ45 소켓이 빠지고 썬더볼트로 대체 예정이며 레티나 디스플레이(2880x1800). 에어 $999/1099, 프로 $2199. SHIP TODAY.


공밀레 공밀ㄹ레


2. Lion 발표 이후 수석 개발자가 OS X은 iOS로 가고 있다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확실히 10.8은 10.7에 비해 iOS 5의 기능을 많이 통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음. 노트, 메시지, 리마인더가 통합되고 노티 센터가 생긴다. 사파리는 iOS 기기들과 연동되는 히스토리와 열린 탭 모아보기(탭뷰)를 제공하고, 시스템 차원에서 iCloud와 연동이 강력해졌다. 게임센터는 앱스토어와 마찬가지로 멀티플랫폼 지향으로 가고 있으며 게임센터가 하나의 플랫폼으로서 온라인 게임까지 대응하는 SDK를 제공할 것 같은데, 키노트의 GameKit/GLKit이 그것으로 보인다. 레티나 디스플레이 대응 API 역시 존재. 또, Power Nap이라는 절전 중 동기화 기능이 있다.


다만 들머리에 여태 한 적이 없는 짓인 윈도우와의 버전업 포섭 비교 그래프. 이건 차원이 다른 문제인 데다 애플 유저의 자존심을 역으로 건드리는 문제가 아닐까 한다. 맥 앱이 다 라이언 대응 비호환으로 나오는데 나라도 당연히 라이언으로 올리지... 심지어 Dictation(아마 Speech-To-Text)에 대해 아주 간략히 말하고 넘어갔는데, 아이콘을 Siri와 같은 것으로 쓴 것으로 보아 조만간 OS X에도 (iOS와 라이브러리 통합되기 전일지는 모르겠으나) Siri같은 어시스턴트가 등장할 게 분명하다. 왜 이런 불완전한 기능을 넣었는지 모르겠다. 중국어 바이두 IME도 마찬가지. $19.99 BETA(DP) SINCE TODAY


OS X은 이제 없어. 하지만 iOS가 되어 우리 가슴 속에 살아가. 우리는 언젠가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안다.


3. OS X과의 강력한 데이터 교환으로 무장한 iOS의 미래는? 우선 안드로이드('dairy product, 4.0')와의 비교. 현재 iOS 기기 유저의 데이터 소모 속도와 인터넷에서 그들의 비중을 자랑하고 시작한다.


Siri는 '발전했다'고 하는데, 일종의 부가가치(value-added)가 생긴 셈이다. 신기능 소개는 풋볼 관련 데이터에서 시작한다. 사실 시리는 울프람알파에 많은 데이터를 의존하고 있고, 울프람알파에서 풋볼 데이터를 수집해 서비스를 시작한 건 한두 달 전 일이다. 시리 라이브러리가 하는 것은 이쪽 데이터에 정확히 대응해 유저에게 이것을 얼마나 예쁘게 보여주느냐 하는 것뿐이다. 또 다른 기능은 Eyes Free 컨셉. 이제야 앱을 말로 실행할 수 있다(원래는 정해진 유틸리티만).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첫째로 그들이 이 컨셉과 함께 세계 주요 자동차 회사들과 함께 자동차 핸들에 아이폰 제어 버튼을 추가하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로 이와 별개로 15개국어 이상의 언어가 추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진행형이다. 그러므로 애플은 Siri에 다국어 지원 직접 하는 거 관두고 울프람알파에 다국어 연구를 후원하는 게 낫습니다.


페이스북과의 연동. 많은 유저가 바라던 것이었다. 계정 연동과, 페이스북 페이지와 앱스토어 페이지 결합(좋아요 가능). 성능 문제는 iOS 6 쪽 라이브러리에 페이스북 관련기능을 구겨넣고 애플에서 추가 푸시서버를 만들어서라도 해결했으리라 믿어야겠다. 그러지 않았다면 이런 iOS 6는 참패니까. iOS 페북덕들에게는 희소식. 한편 FaceTime over cellular라고 해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양쪽이 애플 계정에 묶여 있다면 FaceTime으로 3G 데이터망에서 음성/영상통화를 할 수 있다. 또 티켓 정보를 일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아마 티케팅 라이브러리를 제공)하고 이것을 리마인더와 결합한다.


유감: 이 발표가 애플의 지도 포맷 관련 자랑 헠헠퍽퍽으로 끝났다는 데 매우 실망이다. 애플은 구글 맵스와 결별하고, 시리와 내비게이션과 사용자 참여와 결합된 지도를 만들었다. 요컨데, 3D 지도가 그리 자랑인가(구글이 이제 속도를 붙일지도 모르는데)? 여태까지의 GPS 관련 소프트와 다르다고 자부하는데, 과연 잡스의 '다르다'에 비해 그건 얼마나 자신감이 있을지 모르겠다. 이미 구글 지도가 있고, 루트 간 비교가 되고 훨씬 비교근거가 풍부한 내비게이션 노하우가 전세계에 있고, 포스퀘어가 있다. iOS 발표에서는 전혀 느낀 게 없다. 잡스가 없으니 고삐가 풀린 게 맞을 게다.


안드로이드 젤리빈에 대한 기대감이나 더 높아지고 있다. 혁신이 있다면 Siri가 한국어를 인식하는 과정이 어느 혁신일지는 기대되지만 거기 혁신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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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노기 트럼프를 받았습니다. (자랑)

Views/Review | 2011.08.30 21:38 | Posted by 어­리

살면서 이벤트같은 거 당첨될 거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어쩌다 한번 응모한 넥슨 트위터의 #나오의편지 이벤트 당첨에 걸려들었습니다.
역시 나오에게는 징징거려야 제맛. 뭔가 골수유저 냄새가 난 모양이죠? 'ㅅ'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두근두근! 큰 소포를 뜯어 보니... 오글오글! 글을 써 보니...
과대포장


처음 꺼내 늘어놓은 모습. 마비노기가 이렇게 큰 게임이었나요. 여튼 정말 마음에 듭니다. 잘 간직할게요.
데브캣이 조커다! 역시 그랬어! 까자!
플라스틱 100% 나오짱이 내손에 하아하아♡

결론: 결국 옛날 일러스트로 안 바꿔 주셨네요.
추신: 아까워서 게임 못 하겠어요. 하나 더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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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의 전자파가 뇌를 익힌다고?

Views/Underview | 2011.06.03 01:57 | Posted by 어­리

말도 안 되는 떡밥이 눈에 띄어 아래에 인용해 본다.

휴대전화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주파수가 800-2000MHz로 마이크로웨이브 즉, 전자렌지에서 발생하는 주파수 2450MHz 에 육박합니다. 즉 과장된 표현일 수 있으나 휴대전화를 귀에 바짝대고 오래 사용하면 뇌를 전자렌지에 데우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http://twitter.com/#!/DrMyung/status/76299037518729274)

이게 말도 안 되는 떡밥인 이유는 중등학교 공통과정 수준의 과학으로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전자파레인지로 어떤 음식을 데운다는 것은 음식 속의 물 분자들을 공명시켜 마찰열을 일으킨다는 것을 말한다. '공명'에 대해 잠깐 설명하자면, 모든 물체는 그 구조에서 유래된 '고유 진동수'를 갖는다. 중력이 일정할 때 진자의 왕복 주기가 길이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는 '진자의 등시성'을 들어 보았다면 그것을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이 고유 진동수(주파수)와 일치하는 파동이 외부에서 주어지면 그 물체는 외부와 위상을 맞추어 진동하게 된다. 이것이 공명 현상이다.

물 분자에도 구조가 존재하므로 고유 진동수가 존재하며 외부에서 전자파를 가하면 공명을 일으킬 수 있다. 전자파레인지에서는 물 분자에 공명을 일으키기에 만만한 주파수인 2.45GHz를 사용한다. 휴대전화의 통신 전파 대역인 0.8~2.1GHz가 제아무리 이 주파수에 가까워 봤자 주파수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으면 뇌가 익을 리가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여러분 뇌를 구성하는 단백질이 변성될 염려는 안 해도 되는 것이다.



사실 저것은 항상 전자파를 무감각하게 달고 사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충분히 줄 만한 이야기이다. 전자파의 유해성은 이미 여러 면에서 검증되었다. 통신 주파수 대역의 약한 전자파에 쥐를 오래 노출시켰더니 웬지 시름시름 앓다 죽더라는 이야기도 있다. 통신 주파수 대역의 전자파가 뇌를 전자파레인지 식으로 가열할 리는 없지만, 어떤 특정 물질의 반응을 촉진하거나 방해하는 식으로 신체 대사에 간섭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전자파는 조심하는 게 좋다. 우리 주변에 그만한 유해 요소가 너무 많아서 탈이지만.


그러니까 휴대전화 통신 전파의 주파수가 높다고 해서 TV나 컴퓨터보다 뇌를 익히기 쉬운 건 아니다.
만약 2.45GHz의 전자파가 발생하는 기기라면 그게 전파 인증을 받아 나올 리도 없고 말이다.

p.s. 이 분 의사다. 그 중에서도 유명인사... 사실 관계에 대한 이해 없이 쓴 트윗이었을 리야 없지만,
사람들이 자칫 "뇌가 익는대!"라는 식으로 이해할 여지가 없도록 말하려 해야 하지 않을까.

추가) 통신 주파수 대역 전자파의 암 유발 가능성에 대한 WHO의 발표가 있었다고 한다.
http://twitter.com/#!/DrMyung/status/76389288060792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