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웹 브라우저를 써야 합니까. 내가 상당히 많이 받았던 질문인데, 이는 다름아니라 내가 2007년 무렵부터 Internet Explorer 6를 쓰지 말아야 한다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 몸소 광고를 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IE6를 쓰지 말라는 건 하나의 주장에 불과하기 때문에 나는 이 주장에 대한 쉽고 합리적인 근거를 찾느라 꽤나 애를 먹었다. 게다가 이미 내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IE6를 사용하고 있었고 그걸 인터넷이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었다. 내 호소에 면면이 공감하더라도 그 사람들은 그 대체재에 대한 견해를 그 호소의 당사자인 나로부터 구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것을 감수했다. 물론 항상 일이 잘 진행된 것은 아니다.
이 문제는 시간이 흐르고 흘러 IE의 다음 버전이 끊임없이 나오고 Windows 7이 나온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왜 관공서에서는 아직도 Windows XP와 Internet Explorer 6를 쓰고 있는가? 이는 사실 "알 수 없는 출처의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허용하세요"만큼이나 심각한 컴퓨터 보안 불감증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문제는 무조건 익숙한 것이 우선일 때 작업 능률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전산망이 똑똑한 시스템과 약간 멍청한 시스템에 동시에 대응하기를 바라는 것은, 학교에서 바른 생활 사나이이고 수능 모의고사도 만점을 받는 학생이 밖에 나가면 날라리인 생활을 수십 년 지속하기를 바라는 것만큼이나 미친 짓이다. 결론적으로, 행정 전산망과 웹서비스는 IE6 기반이다. 이는 근 몇 년 동안 이 작업 환경에 완벽히 적응한 새로운 공무원들을 양산하는 데 일조하기까지 한다.
사실 어떤 분야의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의 발전으로부터 상당히 동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그런 분야는 없다. 이는 업무용 소프트웨어와 정부, 사내 프레임워크에도 마찬가지라서, 하드웨어가 그렇듯 소프트웨어도 몇 년 지나고 나면 몇 푼의 유지보수만으로는 버틸 수가 없게 된다. 갈아엎지 않으면 완전히 구시대의 유물이 되는 것이다. 윈도우 폰이, 대표적으로 2010년도의 옴니아 2가 결국 어떻게 되었는가를 생각해 보면 편하다. 하지만 쓰던 소프트웨어를 쓰고 또 쓰고 다시 쓰려는 관성은 유독 한국인에게 강한 건지, 그냥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입김이 약한 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행정망과 달리 기업의 사내망은 IE6 기준으로 남은 곳이 없다고 보면 된다. 행정직의 입김이 세다고 결론내려지는 순간이다.) 사실 지금 웹 브라우저가 뭔지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모바일에서 IE6를 계속 쓰는 사람은 옴니아 2를 쓰는 사람만큼이나 많다(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스크탑과 모바일에서 같은 웹브라우저를 쓰는 장점을 못 누리는 사람은, 옛날에 웹 브라우저가 뭔지 모르던 사람만큼이나 많다. 물론 이는 프로모션의 문제이고.
아무튼 옛날의 나는 그렇게 좋은 방식으로 웹브라우저 전도를 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웹 브라우저라는 생소한 지식을 가진 사람 앞에 파이어폭스와 크롬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내밀었다. 언젠가부터는 크롬을 추천했지만, 파이어폭스를 추천한 적도 있다. 다른 웹 브라우저의 장점은 무엇인가? 빠르고, 바이러스가 끼어들 여지가 적으며, 동기화와 온갖 확장 기능이 있다! 심지어 윈도우와 독립적으로 자동 업데이트가 되기 때문에 이 모든 장점이 끊임없이 발전한다! 이런 접근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게는 좋은 홍보 방법이지만, 일반인 앞에서는 윈도우가 나쁘고 리눅스가 좋다는 소리만큼 한숨 나오는 접근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일단 빠르다는 것이고,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쓰던 북마크를 그대로 가져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웬만한 시스템은 점점 많아지는 바이러스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에, 웹브라우저를 바꾸는 건 일단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청소한 이후에 행하도록 한다. (포맷을 하면 더 좋다. 어차피 IE6를 오래 쓰면 포맷은 종종 하게 되어 있다.) 그래야만 보안성이 좋은 웹브라우저라는 게 무슨 뜻인지 체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물론 한때 IE6는 범세계적 실용 표준(de facto standard)이었다. MS의 다소 무책임한 마케팅으로 월드 와이드 웹이라는 공공재는 IE6에 잠식되었고, 이는 구글 크롬에 의해 반복되는 역사가 되고 있다. 오늘날 IE6 호환성 이야기는 어느 정도 IE6의 문제로 결론지어진 것 같지만, 우리 삶에서 이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종 사용자 입장에서는 문제가 굉장히 복잡해진 것이다. 다소 웃기는 것이 있다면, 실용 표준이 법적 표준(de jure standard)을 앞서는 현상은 일반인에게서 더 자주 발견되더라는 것이다. 내가 만난 누군가는 다른 웹 브라우저를 쥐어 줬을 때 누가 뭐래도 IE6를 기술 표준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문제 많은 액티브엑스도, 사람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툴바도 필수 기능이 된다. 잘 보이던 웹 사이트가 크롬에서 깨진다고? 크롬의 잘못이지! 이런 사람들은 환경적인 영향으로 강제로 웹브라우저를 바꾸게 하지 않으면 답이 없더라. 그런데 우리나라 대표 포털 웹사이트인 네이버가 당시 새 웹표준에 굉장히 게으르게 대응했기 때문에 IE6를 쓰는 사람들만 굉장히 편했다. 게다가 우리 나라에서는 실용 표준뿐만 아니라 법적 표준도 IE6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IE6 얘기만 나오면 거품을 무는 건 이 때문이다... 혹시 모르지, 어느 날 네이버에서 지금 운용하는 웹 페이지들을 모두 IE8 이하에서 깨지게 하면 어르신들이 불만을 가져 지금이라도 법적 표준이 바뀔지도. 물론 현실성이 없는 얘기라는 건 안다. 아니 그보다도 왜 이 장유유서의 나라는 어르신이 불편해야 비로소 바뀌는 거야...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