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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주제인 블로그... 그냥 주제 없는 블로그입니다. 전공 분야나 예전 관심 분야 등등에 관한 글이 우선입니다만, 두어 문단을 넘길 만한 글이라면 대강 정리해 기록합니다. 학부생입니다. 트위터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aurynj.net/ 어­리


수월성교육이라는 게 있었다. 요즘은 수준별 맞춤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각급 학교의 자율로 완전히 넘어온 개념인데, 한때 지역 교육청마다 방학 중 영재교육 프로그램처럼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을 대상으로 수월성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영재교육같은 큰 문턱은 없지만 자유롭게 신청해서 수업을 듣고 수료증도 받는 방과후 교실같은 느낌이었다. 여기서 배운 개념들은 학교 진도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고 할 만한 것들이었지만, 실제로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등장하는 내용인지는 별개의 이야기이다. 지금 생각하자면 아무래도 그 수월성교육 커리큘럼 정도로 고등학교 교육 과정을 튜닝해야 하지 않나 싶다. 물론 실제 교육 과정은 점점 재미는 없고 어려움만 더해지는 식으로 거꾸로 가고 있지만.

전북교육청 수월성교육은, 흔히 영재교육이 그렇듯, 자연과학의 네 가지 분과와 수학, 그리고 컴퓨터를 포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각주:1] 나는 중1 때 교육청 영재교육에 지원했지만 떨어졌고, 그 해 여름방학 동안 운영하는 2주짜리 수월성교육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분야는 화학으로. 당시에만 해도 나는 물리보다 화학을 좋아했다. 2주 동안 우리는 주로 신기하고 재밌지만 상당히 널리 알려진 재연실험을 했고, 원리를 깊게 공부하기보다는 협동해서 실험 계획서와 보고서를 쓰고 실험 전체를 관리하는 방법을 배웠던 것 같다. 여기서 느꼈던 갈증은 얼마 후 내가 부모님의 지원으로 고등학교 하이탑 전권을 지르는 계기가 된다.

여름방학 프로그램이 끝날 때쯤 화학 시간을 마치고 다른 과목 교실을 기웃거리고는 했다. 겨울방학 때에도 수월성교육을 운영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사진 속의 책들을 그 때 알게 되고 뒷목을 잡았다. 중2부터는 지원을 못 하던가, 아마 그런 이유로. 나는 수학과 컴퓨터 사이에서 상당히 갈등하고 있었고, 아예 당장 저 교재를 얻어 혼자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교육 기간 마지막 날에 수학 선생님을 찾아가 교재를 부탁했고, 수량을 맞춰 찍기 때문에 올 여름에는 어렵지만 오는 겨울에는 제본 비용만 낸다면 책을 줄 것이라는 대답을 얻었다. 겨울은 컴퓨터로 정해졌다. 돌아보면 컴퓨터 분과는 사실 그다지 재미없었다.

한용희 선생님은 다음 해에 어딘가로 소속을 옮기셨고 나중에 전북과학고에 찾아가서 다른 선생님의 안부를 전하게 되었다. 내가 전북과학고에 떨어졌으니 그 뒤로는 무엇을 하시나 알 길이 없다. 한편 cein21.net이라는 전북교육청 소속 사이트는 교육 멀티미디어 자료를 배포하고 학생들의 접근성을 높여 주는 좋은 웹사이트였는데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교육청 소속 포털은 어느 지역이든 3년을 못 가고 사라지는 것이 너무 많다. 거기 공들여 자료를 채우는 선생님들만 헛된 고생한 게 된다. 교육이 백년지대계라고? 이런 사례를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교육청 분들은 제발 더도 덜도 말고 5년은 쓸 생각으로 전담 팀을 만들고 제대로 된 업체에 수주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다음 해, 나는 전북대 영재교육원의 컴퓨터 분야가 중1 외에도 신입생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운좋게 합격해 이곳을 다니게 된다. 그 이후 이런 출판되지 않은 교재는 나를 끊임없이 쫓아다닌다. 개중에는 저작권 문제도 있고 그냥 일회성 교재 포지션이 어울리는 것도 있지만, 수정과 보완을 거쳐 출판되는 것도, 출판의 번거로움 때문에 잊혀지는 교재들도 있다. 이 책은 다시 보자면 프로그램 코드만 넣으면 TAOCP에 필적할 책이라는 느낌이라 매우 아쉽다. 이처럼 세 번째가 가장 아쉬운 경우지만, 사실 어떤 책이든 잊혀지는 건 아쉬운 일이다. 생각하면 이런 제본만 된 책만 모아서 책방을 운영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

  1. 언어와 영어는 영재교육 분과에는 있었는데 수월성교육에 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사실 난 왜 인문사회 분야는 영재교육이 잘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지 잘 모르겠다. 인문학을 하면 먹고 살기 어렵다거나 전공대로 먹고 살지 않는다거나 하는 인식이 크기 때문일까. 에이, 근데 요즘 기자들이 기술 문야에 인문학 많이 갖다 붙이잖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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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입체퍼즐

System Idle Talks/흔한 자산 목록 | 2013. 7. 20. 13:59 | Posted by 어­리

요즘은 입체퍼즐이다 하먼 거의 루빅스 큐브와 그 변종의 동치 격으로 해석되는 것 같은데, 큐브는 사실 좀 나이가 있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퍼즐이다. 나는 아동용 완구가 막 한국에서 잘 팔리기 시작하던 시절을 타고나서 (그리고 부모님의 안목도...) 이런저런 옛날 장난감이 집에 꽤 남아 있다. 이를테면 한국에서 레고의 인기몰이도 시기적으로 궤를 같이 하는데, 그렇다고 1990년대에 지금처럼 동네마다 레고가 보급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당시에는 관세같은 문제도 있었고, 부모들이 너도나도 좋은 장난감을 사서 영재성을 발굴하던 시기와는 거리가 좀 있었기 때문이다. 좀 큰 도시에 가야 있는 완구 총판 격의 창고형 마트에서 요즘 대형 마트의 완구 코너에서 팔 만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요즘 그런 곳은 동네 문구 점과 함께 대형 마트에 밀려 사라졌다.

이 사진은 그로부터 3-4년이 지난 후의 이야기. IMF 위기를 지나며 부모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본격적으로 국내 문구, 완구 시장이 대중적으로 활성화되고 시장은 실험적 시도들로 가득했다. 루빅스 큐브가 히트를 친 것도 사실 이 때이다. 사진 속의 퍼즐은 구면에 배치된 6개의 원판을 돌려서 빈 칸과 숫자를 맞바꾸는 방식이다. 마주보는 면은 숫자 조각과 원판의 색 배치가 반대로 되어 있다. 사실 이 퍼즐 자체는 구조적으로 단순해서 그냥 숫자 조각 하나를 제 위치에 끼워 넣으면 별 사이드 이펙트 없이 끝나기 때문에 별로 재미가 없다. 그래서 난 저걸 반시계 방향에서 시계 방향으로 바꾼다거나, 양면을 맞바꾼다거나 하는 시도를 해 봤다. 전자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후자는 확실히 실패했다. 위상학적 문제였던 걸까...

이 퍼즐은 얼핏 보면 멀쩡하지만 저 디스크를 돌리고 숫자를 밀어내는 데 힘과 노하우가 상당히 필요하다. 당시 나온 중국제 퍼즐이 거의 다 이래서 맞추다 보면 손가락에 굳은살이 배고 손톱이 부러지는 건 일상이었다. 폐타이어로 만든 듯한 중국산 싸구려 루빅스 큐브가 아직도 학교 앞에서 활개를 치고 다니는 것도 이 시절 업계의 관행 때문이다. 소비자 고발 류의 프로그램에서 이 쪽을 다루는 것은 먼 훗날의 이야기. 의도치 않게 수학적 사고보다는 완력과 손재주가 (좀 다른, 기계적인 의미에서) 중요해져 버리는 것. 그렇다고 해서 기계적인 손재주가 있는 아이들이 저런 퍼즐을 즐거워한 건 아니다. 결국 이런 실험들은 사장되었고 오늘날 참신한 퍼즐 실험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아마 새로운 퍼즐이 잘 나오지 않는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요즘 퍼즐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흥망을 함께하기 때문에, 우선 새로운 아이디어는 커뮤니티에서 몇 번이고 검증될 기회이자 의무가 있다는 사실. 그리고 컴퓨터 게임에 밀려 이 시장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사실도 있다. 요즘은 완구의 많은 학습이나 양육 보완 기능을 컴퓨터 게임, 스마트폰 게임 으로 대체하려는 트렌드가 시장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용 게임의 카테고리가 있느냐는 쟁점은 제쳐두고라도, 나는 손으로 잡고 흔들 수 있는 정통 퍼즐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아마 이 점을 어필한다면 퍼즐도 과감하게 기부 기반 스타트업으로 출발해서 꽤 성공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사실 내가 게임을 만드는 일원의 입장이지만, 한때 교육용 게임을 만들려 시도해 본 안목으로는 (...) 게임같은 것으로 교육을 하는 건 상당히 한계가 클 것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시간이 지날 수록 그냥 교육용 소프트웨어와 게임이라는 흐릿한 두 범주 간에 교집합이 존재하는 것이려니 하고 생각을 미루게 된다. 그래서 역시 이 두 범주가 본연의 성질에 충실할 수록 서로로부터 멀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가 우려스럽다. 당장 주니어네이버같은 곳에 널린 유아용 플래시 게임을 보자면 아이들이 접근하기도 쉬우면서 말초적인 악영향을 받기도 쉽게 생긴 게 너무 많아 꺼려지니 말이다. 모든 게임이 심의받아아 할 의무는 없더라도 어떤 게임이 교육 목적으로 적합하다는 인증을 받을 수 있다면 모두에게 좋을텐데. 뭐 이런 얘기는 나중에 따로 하나의 글에 정리해 보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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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UEnLIVE 2013.08.03 17: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큐브는 사실 좀 나이가 있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퍼즐…" ㅠㅠ

화학 사전들

System Idle Talks/흔한 자산 목록 | 2013. 7. 14. 16:27 | Posted by 어­리

화학 약품 대사전, 화학 실험 대사전. 문성명 저. 일단 크기에 압도당하고 시작하는 대단한 사전.

내 나이를 넘는 굉장히 오래된 다소 비싼 책인데 (1991), 내가 산 건 아니고, 중학교때 선생님께 선물받았다. 받을 때는 굉장히 감사히 받았고 열심히 읽으려고 해 봤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유감스러웠던 책이다. 덕분에 겉모습은 조금 허름하지만 내 책답지 않게 6년째 속은 깔끔하게 지내고 있다. 하긴 사전류가 읽어내려가는 책은 아니니까...; 선생님의 정신을 이어받아 기부를 할까 싶은데 누가 받을지 모르겠고 아마 보내 봤자 학교 도서관이겠지.

이후 혼자서 유기화학이나 물리화학, 생화학을 혼자 파고 공부할 때 꽤 도움이 되었다. 각종 물질의 용법이나 성상 등이 종종 위키백과보다도 (물론 영어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다만 두 책 다 국한문 혼용이라 읽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데, 서문에는 우리나라 연구자들이 최신 연구 성과를 접하고 외국어의 장벽에 가로막히지 않기를 바란다고 되어 있으니 약간 혼란스럽다. 뭐 이렇게 세월이 변했나 싶은데, 하긴 그 때는 인터넷 초기에 웹도 없었고 컴퓨터도 모자랐지.

문득 지금 위키백과에서 이 분야의 문서를 모아 역사나 어원같은 배경 이야기는 빼고 이 사전 정도로 정리하면 어느 정도 크기의 정보가 될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컴퓨터 분야는... 워낙 발전이 빠르다기보다 다른 모든 분야의 기술적 발전을 주도하고 있으니, 이런 시대 중립적인 사전을 출판하는 건 적어도 향후 몇십 년 동안은 불가능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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